앞으로는 이름을 나눠 갖기로 하자.
아주 공평하게.
지금까지의 시간은
너무 이기적이고 외로웠어.
우리는 두 개의 눈과
두 개의 귀와
수많은 머리칼이 있지만
나의 몫은
그런 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.
손금은 제멋대로 흐르다가
제멋대로 사라지고
꿈속에 사는 사람은
꿈 밖으로 팔을 뻗어 전화를 받고
나는 뺄셈에 약하다.
남는 것들
사라지는 것들이 이해되지 않는다.
이름을 나눈다면
뒤를 밟히는 일도
두 개의 소리를 듣는 일도 없을 거야.
그렇게 생각하자.
-신해욱 <생물성> 중에서